[글=한국게임화연구원 석주원 소장] 중국 정부의 일명 '한한령' 정책으로 국내 연예인들이 원활한 중국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대중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한한령'은 e스포츠 분야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이러한 문제는 e스포츠가 일반 스포츠들처럼 비영리단체가 아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게임사들이 대회를 주최한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게임의 근간이 되는 룰부터 대회 진행까지 게임사에서 주최하는 만큼 비교적 외부의 영향에 휘둘리기 쉽다. 특히 글로벌 e스포츠가 열릴 때, 특정 국가에 유리하게 조정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누구도 쉽게 부정하기란 어렵다.
각각의 공놀이들이 저마다의 룰을 정립하며 축구, 야구, 농구 등의 스포츠로 나아갔듯, e스포츠가 하나의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정한 룰을 추구해나갈 수 있는 비영리단체가 신뢰를 담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다만 게임사의 사적 재산인 게임을 두고 외부에서 간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논의가 요구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각 e스포츠의 요소를 통일되게 게임에 접목해 일관성 있는 국제 규격을 제시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없다. 만일 e스포츠를 스포츠가 아닌 엔터테인먼트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방향성이 달라진다. 공평과 공정의 문제를 떠나, 흥행과 대중성의 확보가 보다 중요해진다.
흥행작을 가진 게임사들이 서로를 어깨너머로 배우고 과거 사례를 응용하는 수준이라 발전이 더디며, 흥행 게임조차도 e스포츠의 흥행에는 실패한 사례도 많다. 다만 국가 차원의 e스포츠의 범용적인 체계를 만들어 기업이나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한류'와 같이 이를 다시 세계로 널리 퍼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게임 관련 정부지원 사업은 초기 게임 제작 지원 요소 중심으로 돌아가곤 했다. e스포츠가 글로벌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오늘날 국가 차원에서 꾸준한 투자를 통해 e스포츠 종목의 체계와 구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외부 압력이 발생할 수 있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개발사, 구단, 게임 이용자 및 e스포츠 산업 관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원칙과 프로세스를 구축해 게임만의 올림픽으로 여러 가지 종목을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아야 한다. 개발사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스포츠 및 대회 활동에 대해 공공성을 담보하는 절차와 방법 서비스 이후의 유지, 관리 체계를 국제 규격화해 선점하고 재정적으로 불안한 e스포츠 산업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e스포츠 산업에 대해 국가 주도의 꾸준한 투자를 통해 체계 및 규정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다. 작게 시작하는 형태일지라도 시작한다면 지금은 무주공산인 실버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게임과 새로운 e스포츠 종목의 확장과 흥행에도 엄청난 시너지와 동시에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을 위해서는 게임의 흥행이 우선이다. 이는 국가 지원에서 이뤄낼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할 수 없는 일에 메달리기 보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e스포츠 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종목 개발 체계가 필요하다.
글=한국게임화연구원 석주원 소장
정리=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