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유사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유독 게임 업계에서는 이런 행사는 커녕 생각도 없어보인다. 국내에서는 게임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보통 개발팀 자체를 해체해버린다. PD급 인사까지도 뿔뿔히 흩어져 각자의 살길을 도모해야하는 것. 프로젝트 실패 시 게임 개발사에 잔존하는 개발인원은 정말 극소수일 뿐이라 '실패의 자산화'는 먼 나라 이야기다.
게임 업계를 좋은 말로 이직이 자유롭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이는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도 있다. 실력과 경험을 쌓기 위해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는 것에 지쳐 제대로 된 개발사 찾기를 포기하고 입사하기 편한 곳에 안주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인재 양성의 기회도 사라져 버린다.
국내에 몇 명되지 않는 스타 개발자만 봐도 자신이 개발사를 차려 히트작을 배출한 게 아니라면 한 개발사에서 오래 일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스타 개발자가 아닌 일반적인 개발자라면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1만번의 반복 실험 끝에 전구에 불이 켜졌을 때 "나는 그동안 수많은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전구가 켜지지 않는 1만 가지 이유를 알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게임 개발의 핵심을 차지하는 직군임에도 소모품 취급을 받았던 개발자들. 그들을 얼마든지 스페어 가능한 부품이 아니라 성공하고 실패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사람으로 대한다면, 그 개발사는 게임이 성공하지 못하는 1만 가지의 이유를 아는 개발자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