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버추얼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제 모습이 아닌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버튜버들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데일리게임은 창간 16주년 기획 기사 시리즈를 통해 버튜버란 무엇이며, 어떻게 콘텐츠들이 제작되는지 직접 살펴봤습니다. 나아가 최근 떠오르고 있는 버튜버들의 진솔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연재 기획을 통해 독자분들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주 >
백조는 호수 위를 우아하게 헤엄치지만, 수면 밑에서는 분주한 발길질을 하고 있다. 버튜버도 마찬가지다.
버튜버들이 제작한 콘텐츠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면서 기술의 발전에 새삼 감탄한 적이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로 사전 녹화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시간 방송이나 콘서트 진행 중에는 버추얼 장비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몸짓, 표정 등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버추얼 콘텐츠의 다수는 집이나 개인 스튜디오에서 제작된다. 이 때는 간략하게 표정이나 상반신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합방, 콘서트 등 대형 이벤트가 진행될 때에는 넓은 공간과 함께 세부 표현을 위해 모셥캡쳐 장비를 운용 가능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어떤 버추얼 장비가 사용되고, 실제로 한 번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스콘의 모션캡쳐 스튜디오에 방문해 버추얼 장비들을 체험해 봤다. 모션캡쳐 스튜디오는 이제 막 버추얼 시장이 태동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다. 이 자리를 빌어 흔쾌히 체험을 허락해 준 스콘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버추얼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모션캡쳐 기술은 크게 카메라를 통해 사람의 몸짓을 인식하는 광학식과 카메라 없이 슈트에 부착된 센서로 인식하는 자이로식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자이로식이 광학식 대비 유동성이 높지만, 착용자의 모션을 정확하게 표현하는데는 광학식이 한층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자의 체험은 광학식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바이콘(VICON) 모션캡쳐 장비를 착용한 뒤 70개 가량의 마커를 수트 곳곳에 붙였다. 특히 손목, 팔굼치, 어깨 등 관절이 움직이거나 정밀한 표현이 필요한 부분에는 2개 이상의 마커를 붙이거나, 위치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처음 장비를 착용해보기 때문에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다. 다만 그렇다고 혼자서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적은 힘으로도 마커 탈부착이 가능하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관절도 눈으로 보이는 부위라는 점에서 비교적 쉽게 조정할 수 있었다. 손이 닿지 않는 등 부위에 마커를 장착할 때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수트 착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얼굴을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표정 변화를 전달하는 페이셜 인식 프로그램이 필요하기 때문에 헬멧 착용은 필수다. 착용한 안경과 헬멧이 계속 움직이는 바람에 위치 조정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부드러운 캐릭터 움직임을 위해 발에 착용하는 덧신은 미끄럽지는 않았다.
약 20분에 걸쳐 장비를 모두 착용한 뒤 스튜디오에 올라갈 수 있었다. 다만 스튜디오에서도 카메라에 인식되는 촬영자의 모습과 영상에 나타날 캐릭터의 싱크로를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프로그램 조정이 필요했다. 화면에 나오는 다양한 자세를 취하면서 카메라가 마커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자는 미츄 소속 버튜버 '세노'와 '미녕이데러오깨'의 캐릭터로 체험을 진행했다. 캐릭터 '세노'의 키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싱크를 맞추기 위해 시간이 제법 소요됐다. 캐릭터 체험을 진행한 후에도 176cm라는 기자의 작은 키가 '세노'의 매력을 온전히 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싱크 작업을 모두 마친 후 캐릭터 체험에 들어가니 텐션이 높아졌다. 현실 속 기자의 움직임과 표정을 캐릭터가 그대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감이 대폭 상승했다. 이에 스콘에서 자체 제작한 버추얼 솔루션 미츄로 의상이 바뀔 때 마다 평소에는 절대로 취하지 않을 자세나 표정, 행동을 취하게 됐다. 취재에 동행한 선배 기자와 버추얼 장비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
다만 여성 캐릭터 '미녕이데려오깨'의 체험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부끄러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복장에 맞는 포즈를 취하고자 스스로를 속이고 사진 촬영에 임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만일 '미녕이데려오깨'의 매력을 제대로 확인하고 싶은 독자라면 아프리카TV, 유튜브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해볼 것을 추천한다.
나아가 행동 하나하나가 착용한 아바타에 반영되기에 생각보다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치마를 입은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올리거나, 바닥에 주저 앉는 등의 행동에 의상도 반응하기 때문에 현실 속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은 버추얼 장비를 착용한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실제 옷이 없다는 점에서 한층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느낌을 받았다.
장비 착용을 포함해 1시간 남짓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버튜버들이 실제로 어떻게 콘텐츠 촬영을 진행하는지 간략하게 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착용해보니 움직임이 큰 제한은 없었지만, 제법 두꺼워 스튜디오에 에어컨이 켜져 있었지만 땀이 마르질 않았다. 의상을 입고 벗는 것도 간단해 화장실을 다녀오기에는 불편함이 없지만 마커의 위치 변동에는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버튜버 데뷔를 꿈꾸고 있는이라면 모션캡쳐 장비 대여, 혹은 스마트폰으로 페이셜 및 모션캡쳐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시작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모션캡쳐 장비는 낮게는 수 십만 원대의 세트도 있지만, 유명 브랜드 혹은 세부 묘사를 위해 카메라를 추가 구매한다면 수백, 수천만 원대까지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실제 버튜버들도 모션캡쳐 장비를 활용한 대형 콘텐츠는 스튜디오에 방문해 촬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최근 떠오르고 있는 스콘 등의 버튜버 오디션에 적극 도전해 콘텐츠 제작에 도움을 받으며 시작하는 방법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최신 장비들이 착용자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지만 캐릭터의 성격과 컨셉트를 표현하는데는 적지 않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통감할 수 있었다.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기 어려운 뜻깊은 경험이 됐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