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IP와 이색 게임 장르의 결합은 검증된 흥행 공식이다. IP 팬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전달하고, 전체 시장 규모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을 채택한 신작이 지난 5일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됐다. 캡콤, 애니플렉스, 조이시티가 함께 선보인 '바이오하자드 서바이벌 유닛(이하 바하 서바이벌 유닛)'이 그 주인공이다.
조이시티는 이미 '캐리비안의 해적' IP를 활용해 이색 장르 결합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다만 탐험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했던 기존 사례와 달리, 공포와 액션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하자드'가 전략 장르라는 틀 안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런 기대 속에 글로벌 시장에 먼저 출시된 '바하 서바이벌 유닛'은 글로벌 론칭 이후 누적 다운로드 400만 건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한국·대만 출시 이후에는 500만 건을 넘어섰다. 흥행 성과에 힘입어 IP 홀더인 캡콤도 지난해 본작이 '바이오하자드' IP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 전략게임 틀이 채워 넣은 탐험과 디펜스
'바이오하자드 서바이벌 유닛'은 좀비의 침공에 맞서는 생존자 커뮤니티를 앞세워 전략 요소를 구성했다.
'바하 서바이벌 유닛'은 전략이라는 기본 틀 위에 탐험, 성장, 점령, 디펜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원작 IP의 특징을 반영하는 동시에, 자칫 공백이 생기기 쉬운 전략 게임의 플레이 사이클을 보완하기 위한 설계로 해석된다.
이용자는 병원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모험을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질 발렌타인, 클레어 레드필드, 마빈 브레너 등 시리즈 초반부를 대표하는 인물들과 조우한다. 안전한 장소를 찾는 여정에서는 좀비를 처치하고, 거대한 미궁처럼 구성된 라쿤 시티의 퍼즐을 해결해야 한다.
퍼즐 요소는 몇 번의 재시도로 풀리는 수준으로 난이도를 조절했다.
퍼즐 난이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간단한 조합만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도움말을 통해 힌트도 제공된다. 진행이 막히는 구간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더 많은 이용자를 품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경영과 전략 파트가 시작되면 레이더를 통한 좀비 확보, 영지 방어 등이 핵심 목표로 제시된다. 게임 속 미션으로 단기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플레이에 필요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구조가 명확하다. 이런 콘텐츠로 묘사된 공포와 집단 생존이라는 테마는 '바하 서바이벌 유닛'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민간인의 생존을 다룬 '디스 워 오브 마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를 떠올리게 한다.
◆ 차원이 다른 이야기, 바하 시리즈 총출동
프리랜서 첩보원 에이다 웡.
'바이오하자드' 1편과 3편에서 활약한 질 발렌타인이 아군으로 등장한다.
'바하 서바이벌 유닛'은 시리즈를 대표하는 캐릭터뿐 아니라 다양한 인물을 폭넓게 등장시킨다. 시간대와 장소가 다른 사건들을 하나의 게임 안에 담아내는 이른바 '평행세계' 설정을 통해 개연성을 확보했다. 그 결과, 세계관과 분위기가 비교적 다른 '바이오하자드4'의 무기상인(암상인) 등장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시작이자, 대표 장면으로 꼽히는 좀비 등장씬이 오마쥬됐다.
시리즈를 상징하는 장면과 연출을 재현한 점도 인상적이다. 로딩 구간에서 문을 여는 연출을 보여주거나, 시리즈 최초로 좀비가 등장하던 장면을 시네마틱 영상으로 구현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게임 전반에 배치된 퍼즐 역시 원작을 경험한 이용자라면 자연스럽게 익숙함을 느낄 요소들이다.
이러한 장치를 통해 생존자들이 보호구역을 구축하는 과정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원작의 공식 서사와는 거리가 있지만,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이라는 가정 아래에서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내러티브를 제시한다. 이는 수십 년의 시간차가 존재하는 후반 시리즈와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둔 장치로도 해석된다.
◆ 경영 전략 시뮬레이션과 호러의 만남
다른 이용자 공유하는 필드맵.
튜토리얼 구간을 지나면 본격적인 영지 경영 중심의 전략 시뮬레이션 파트가 전개된다. 이용자는 제한된 자원을 관리하며 건물을 업그레이드하고, 좀비의 침입에 대비하는 사령관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 건물을 개방하기 위해 다시 탐험이나 디펜스 모드를 진행해야 하는 구조는 각 콘텐츠가 단절되지 않도록 설계된 부분이다. 억지스러운 연결 없이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높다.
다만 IP의 핵심 강점인 공포·호러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좀비를 완전히 처치했을 때 남는 혈흔 표현이나, 음산한 배경 음악, 고립된 상황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등 원작 특유의 감각을 충분히 체감하기는 어렵다. 이는 장르 특성과 대중성을 고려해 고어 표현과 과도한 공포 연출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결과로 보이며,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면 치명적인 결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수집한 캐릭터를 육성해 밀려드는 좀비를 처치하는 디펜스 모드.
디펜스 모드의 난이도 곡선 또한 다소 아쉽다. 스킬 활용, 드럼통·발전기 같은 오브젝트 사용 여부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크게 달라진다. 빠른 움직임의 헌터나 체력이 높은 보스를 상대할 때는 오브젝트 활용이 사실상 필수로 작용한다. 반면 자동전투에서는 팀의 배후를 공격하는 좀비에게 스킬이 우선 소모되는 경향이 느껴져, 전략적 선택보다는 시스템 한계로 인한 불합리함이 드러난다.
◆ 색다른 전략을 원하는 이용자를 위한 '바이오하자드 서바이벌 유닛'
새로운 건물을 열려면, 좀비를 처치하고 퍼즐을 풀어야 한다.
한국 서비스 버전으로 즐겨 본 '바하 서바이벌 유닛'은 공포와 전략의 균형을 대중적인 관점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조율한 작품이라는 인상을 준다. 초반부에서는 원작 IP에 대한 존중과 재현을 통해 몰입도를 높이고, 후반부로 갈수록 경영과 전략에 무게를 두며 장르적 재미를 확장한다.
2편의 주인공 중 한 명인 클레어 레드필드는 강력한 머신건 스킬로 초반 디펜스 모드 클리어에 큰 도움을 주는 캐릭터다.
이는 판타지 세계관이나 실존 전쟁을 배경으로 삼는 기존 전략 게임과는 분명히 다른 접근이다. 물론 시리즈 특유의 강렬한 공포와 액션을 기대한 이용자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그럼에도 원작의 다양한 인물과 요소를 새로운 시점에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바하 서바이벌 유닛'은 색다른 전략 경험을 원하는 이용자와 원작 마니아 모두에게 한 번쯤 플레이해볼 가치가 있는 게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