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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같은 '위기' 진단에 영화는 직접 투자, 게임은 '각자도생'

서삼광 기자

2025-12-23 13:00

(출처=문화체육관광부 2026년 업무보고 발표자료).
(출처=문화체육관광부 2026년 업무보고 발표자료).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6년 업무보고'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영화와 게임 등 문화예술산업의 '위기'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성장 정체라는 진단은 영화와 게임 모두에 적용되는 타당한 진단이다.

하지만 문제에 따른 처방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영화는 직접 투자를 통해 인프라 회복이라는 치료 처방을 내렸으면서, 게임은 투자 연계라는 민간요법을 꺼내들었다. 위기를 돌파할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민간 투자 연계나 간접 지원이라는 과거의 방식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문제는 게임을 문화 콘텐츠 수출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수출 효자'라며 추켜세우면서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유독 인색하다는 점이다. 2026년 업무계획 역시 이런 흐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순수 예술이나 영화에는 직접적인 예산 투입이 예정된 반면, 게임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지원에 머물러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게임은 지난 2022년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으로 문화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았다. 영화나 음악과 같은 문화예술로 분류될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정책의 실행 단계, 특히 예산 배정을 보면 게임이 상품이었던 시절과 달라지지 않았다. 다양성 확보, IP 발굴 마중물 등을 위한 직접적인 투자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론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 지원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가깝다. 2026년 업무보고 역시 과거 중장기 계획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일부 플랫폼을 온라인·모바일에서 콘솔로 확장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투자를 언급하면서도 유독 게임에는 자생을 요구하는 태도라 아쉬움이 커진다.
같은 '위기' 진단을 받은 영화 정책과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영화는 예술영화 제작 지원에 200억 원, 독립영화 제작·유통 지원에 205억 원 등 구체적인 직접 투자 항목이 명시됐다. 반면 게임은 인디게임 지원 93억 원, 신규 현지화 지원 24억5000만 원 등으로 지원 규모와 방식 모두 제한적이다. 예산 규모부터 지원 구조까지 차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영화는 창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공공이 일정 부분 분담함으로써, 창작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완충 지대'를 만들어 왔다. 반면 게임은 문체부가 '위기'를 언급하면서도 정작 제작 단계에서의 직접적인 리스크 분담에는 인색했다. 여전히 민간 투자를 끌어오거나 펀드를 조성하는 식의 중개인 역할에 머물러 있다. 또, 완성된 게임을 팔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부분에 지원이 쏠린 것도 문제다. 개발 기간이 길고 성공 확률이 낮은 게임산업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초기 제작 단계에 집중되는 리스크를 공공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정책과 행정업무에 반영됐어야 한다.

게임이 법률적으로 문화예술의 지위를 얻었다면, 정책 역시 그에 걸맞게 진화돼야 한다. 영화처럼 제작비의 일부를 공공이 분담해 창작의 문턱을 낮추고, 실패 이후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실패의 경험(포스트모템)'을 축적하고 활용할 최소한의 지원마저 부족하다면, 복합문화예술로서의 가치는 희석되고 투자와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형 게임'만 범람할 가능성이 크다.

게임은 이제 국가의 문화 경쟁력을 겨루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 외산 게임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 역시 생존을 위해 글로벌 투자 환경에 뛰어들고 있다. 개발부터 서비스까지 전 과정의 위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를 위기로 진단한 정부와 문체부는 제작 초기 단계에 집중되는 리스크 일부를 공공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서삼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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