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력이 게임의 흥행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오늘날 준수한 기술력과 베테랑 개발진이 만든 게임이라도 흥행에 실패할 수 있으며, 부족한 기술력으로도 차별화된 게임성만 있다면 흥행에 성공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성을 보장할 수 있다면 특별한 기술력 없이도 충분히 흥행작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콘텐츠를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콘텐츠 개발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나아가 '로블록스' 내 콘텐츠 개발자들의 평균 수입이 2019년 기준 1만 달러(한화 약 1300만 원)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로블록스' 콘텐츠를 개발하는 전문 개발사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는 '로블록스'와 같이 게임 내에서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게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비슷한 게임에 대한 수요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말한 '로블록스'를 다수의 이용자들이 즐기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메이플스토리' IP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메이플랜드'가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플랜드'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IP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만든 '메이플스토리 월드' 내 일종의 콘텐츠다. 지난해 10월 출시돼 최대 동시 접속자 수 약 6만 명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메이플랜드' 외에도 '메이플스토리 월드'에는 이용자들이 만든 각종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돼 인기를 얻고 있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콘텐츠를 만들며, 그 과정에서 게임사와 콘텐츠 생산자가 함께 수익을 얻는 구조가 게임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이에 막대한 자본과 최신 기술을 통한 게임 개발이 아닌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게임 개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블록스'와 '메이플스토리 월드'와 비슷한 게임을 만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차별점 없이 그저 겉모습 바꾸기에 지나지 않는 게임은 오히려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게임 개발의 메커니즘이 기술의 발전에서 플랫폼 구축으로 변하고 있다. 경쟁으로 기술의 발전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플랫폼과 커뮤니티는 아이디어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경쟁을 심화시키기 보다는 이용자들에게 하나의 생태계 선사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타나기를 기다려본다.
글=한국게임화연구원 석주원 소장
정리=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