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지원 사격 "게임은 중독물질 아냐"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15일 서울 성동구 크래프톤 '펍지 성수'에서 열린 K-게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과거 규제 중심의 게임 정책을 돌아봤다. 성남시장 재직 시절을 언급하며 정부가 게임을 '4대 중독'으로 묶어 산업 성장을 억눌렀다고 평가했다. 중국보다 앞서 있던 경쟁력이 추월당한 배경에 정책적 판단의 오류가 있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게임을 단순한 오락이나 중독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문화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몰입 같은 부작용은 관리와 대응의 대상이지, 산업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청년 일자리 창출과 수출 산업으로서의 역할도 높이 평가했다. 게임 산업의 성장이 곧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동환경 개선과 관련해서도 일방적인 규제가 아닌, 산업계와의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부 최고결정권자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게임업계는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질병코드 도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문화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지켜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질병코드에 따른 '낙인효과'를 우려하던 시선도 누그러지며, 모처럼 게임업계 전반에 훈풍이 돌았다.
◆ 게임법 전부개정안 발의, 핵심은 아케이드 분리

현행법은 2006년 제정 이후 아케이드 게임 중심의 규제를 디지털 플랫폼 기반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해 왔다. 이로 인해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누적돼 왔으며,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강화된 사행성 규제는 진흥법이라는 명칭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규제법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춘 법 체계 개편 요구가 커진 배경이다.
이번 전부 개정안에는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정책 제안 내용도 다수 반영됐다. 전부 개정안은 게임을 디지털 게임과 특정장소형게임으로 나눠 관리 체계를 차등 적용하도록 했다. 온라인 게임에 적용돼 왔던 '게임 시간선택제'를 폐지하고, 전체이용가 게임의 본인인증 및 법정대리인 동의 의무도 없애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디지털 게임에 씌워졌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행정 체계 개편안도 담겼다. 게임 산업 진흥을 전담하는 '게임진흥원'을 설립하고, 기능이 축소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폐지하는 대신 진흥원 산하에 게임관리위원회를 신설한다. 이는 사행성 우려가 큰 특정장소형게임만을 대상으로 등급분류와 사후관리를 맡기는 구조로, 이재명 대통령의 게임 전담 조직 공약과도 맞닿아 있다. 이밖에 중소 게임사업자 지원과 세제 지원 근거를 신설해 산업 육성 기반을 강화하는 등 그동안 규제에 쏠린 조항을 진행에 맞췄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진다.
◆ '게임도시' 성남시, 때 아닌 '게임중독 공모전' 논란

성남시 산하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6월16일부터 8월17일까지 '2025 AI공모전: AI를 활용한 중독 예방 콘텐츠 제작 공모전'을 개최하며, 예방 대상 중독물질로 알코올·약물·도박과 함께 인터넷게임을 명시했다. 공모 주제가 공개되자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게임업계의 반응도 싸늘했다. 성남시는 판교를 중심으로 국내 주요 게임사가 밀집한 지역으로, 과거 '지스타' 유치전에 나서는 등 게임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모전이 스스로 '게임 친화 도시'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업계에서는 성남시의 행보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게임을 중독 물질로 보는 시각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게임문화재단과 게임인재단을 비롯한 주요 협·단체는 집단 성명을 통해 공모전 철회를 요구하며 게임을 중독물질로 분류하는 시각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보건복지부 기준에 따른 추진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면서 논란을 키웠다.
◆ 이 게임을 기다렸다, '아이온'·'마비노기'·'RF온라인' 등 추억의 IP 신작 '인기'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는 올해 하반기 최대 기대작답게 출시와 동시에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11월19일 한국과 대만에 동시 출시된 이 작품은 출시 초반 서버 증설이 이어질 만큼 폭발적인 이용자 유입을 기록했다. 특히 이용자의 실력이 결과에 반영되는 수동전투를 전면에 내세우며, 게임성 중심의 NC MMORPG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은 2025년을 대표하는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8년의 개발 기간 끝에 3월27일 정식 출시된 이 게임은 원작 특유의 ‘판타지 라이프’ 감성을 모바일 환경에 성공적으로 옮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누적 다운로드 360만 건을 돌파했고,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통령상(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넷마블의 'RF 온라인 넥스트' 역시 고전 IP 부활 흐름에 힘을 보탰다. 2004년 원작의 핵심 콘텐츠였던 바이오 슈트와 신기 전투를 언리얼 엔진5 기반으로 재구성하며 SF MMORPG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출시 직후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했고, 연말 공성전 업데이트를 통해 장기 흥행 가능성도 확보했다.
◆ 게임업계에 분 AI 열풍, NC AI ‘국가대표 AI 정예팀’ 발탁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엔씨소프트 산하의 NC AI는 정부가 지정하는 '국가대표 AI 정예팀'에 발탁되는 성과를 거뒀다. 게임 기업이 보유한 AI 역량이 국가 차원의 전략 기술로 인정받은 사례로 평가된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기술력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 대목이다.
NC AI는 게임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과의 기술 교류는 물론, 패션과 피지컬 AI 등 이종 산업과의 협력도 진행 중이다. 게임업계에서 시작된 AI 연구가 산업 전반으로 뻗어나가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자체 AI 모델인 '바르코 2.0' 기반으로 3D 생성모델 '바르코 3D', 음성 생성모델 '바르코 보이스', 실시간 번역모델 '바르코 트랜스레이션'을 정식 출시하는 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크래프톤 역시 SK텔레콤 컨소시엄에 합류해 국가대표 AI 정예팀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게임을 통해 축적한 AI 학습 경험이 통신과 데이터, 플랫폼 기술과 결합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