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률형 아이템 시대 저문다…수익 구조의 근본적 체질 개선
2025년 말, 이재명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와 업계 간담회 등에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의 핵심은 결국 돈"이라며 산업의 본질적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 12월16일, "현행 제재 절차가 지나치게 단계적이고 우회적"이라고 지적하며 경제적 제재를 통해 위반 행위 자체를 억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했다.
이러한 행정부의 의지는 즉각적인 입법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은 23일, 확률 정보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공시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 매출액의 최대 3%(또는 최대 10억 원)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기존의 솜방망이 처벌에서 벗어나 '벌금보다 불법 이익이 더 큰 구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다.

◆ 조영기 게임산업협회 신임 회장 취임…'연결·소통·협력'의 성과와 과제
지난 4월 조영기 신임 협회장이 제6대 수장으로 공식 취임하며 한국 게임산업은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했다. 넷마블 대표와 CJ ENM 영화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조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연결·소통·협력'을 내세우며, 규제 일변도의 환경 속에서 정부와 산업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취임 첫해의 성과는 대외적인 교류와 수치적 회복에서 뚜렷했다. 11월 개최된 '지스타 2025'는 약 2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의 활기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비록 역대 최고 기록인 24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글로벌 협력 등을 통해 '전시 규모의 회복'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미국 ESA 등과 협력해 '2025 글로벌 게임 플레이 영향력 보고서'를 발간, 게임의 긍정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며 K-게임의 네트워킹 강화에도 힘을 보탰다.
다만, '내실'과 '위기 관리'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지스타' 현장에서는 주요 업체들의 불참은 물론 이용자의 관심과 거리가 먼 행사 구성, 명확하지 않은 수치 등 운영 측면의 질적 개선이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또한 지난 6월 성남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게임을 '4대 중독' 물질로 분류한 공모전을 열어 업계가 반발했을 당시, 협회의 대응이 다소 신중함을 넘어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완화라는 정책적 흐름 속에서도 현장의 부정적 인식을 방어하는 데 있어 보다 선명한 리더십이 필요했다는 목소리다.
조 회장의 2026년은 수치상의 흥행을 넘어, 실질적인 산업 보호와 인식 개선이라는 내실 있는 소통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아크 레이더스' 글로벌 흥행…'배틀필드' DNA가 빚어낸 슈터의 정점
2025년 연말 게임 시장을 뒤흔든 '아크 레이더스(ARC Raiders)'의 흥행 뒤에는 넥슨의 자회사이자 스웨덴의 개발사인 엠바크 스튜디오가 있다. 이곳은 과거 '배틀필드' 시리즈의 핵심 개발진이자 DICE의 수장이었던 패트릭 쇠더룬드가 설립한 곳으로, 출시 12일 만에 판매량 400만 장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글로벌 슈터 명가임을 재입증했다.
'아크 레이더스'는 전작인 '더 파이널스'에서 보여준 화끈한 물리 효과와 파괴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특히 전작의 다소 가벼웠던 플레이를 보완하여, 묵직하고 사실적인 사격감을 구현해낸 점이 하드코어 이용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서버 측면에서도 혁신을 이뤄내며, 수많은 개체와 파괴 효과가 공존하는 대규모 전장에서도 끊김 없는 최적화를 보여줬다. 이용자들은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 특유의 긴장감은 살리되, 전작보다 깊이 있는 성장과 전략적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와 독창적인 게임성은 지난 12월12일 '더 게임 어워드(TGA 2025)'에서 '최고의 멀티플레이 게임' 수상으로 꽃을 피웠다. 이는 국내 게임사들의 고질적 한계로 지적되던 '서구권 AAA 시장' 공략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산업적으로 큰 의미를 갖을 것으로 보인다.

◆ 넷마블게임박물관 오픈, 구로 G타워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 부상
지난 4월, 서울 구로구 지타워(G-Tower)에 '넷마블게임박물관'이 정식 개관하며 '게임에서 미래 가치를 발견하는 전문 박물관'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블리자드 기증 '아서스 조각상'은 글로벌 협력의 상징으로 개관 초기부터 큰 화제를 모으며 방문객들의 필수 포토존으로 자리 잡았다.
박물관은 크게 세 구역의 주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게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한다. 첫 구역인 '게임 역사'에서는 3면 스크린의 '인트로시어터'를 통해 선사시대부터 이어온 놀이의 진화를 넷마블 캐릭터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으며, 시대별 기기들을 앞뒤로 상세히 볼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가 특징이다. 두 번째 구역인 '게임 세상'은 게임 제작 프로세스, 직업 가이드, 사운드트랙 체험 등 게임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경험하는 참여형 공간으로 꾸며졌다. 마지막 '게임 문화' 구역은 최초의 상업용 아케이드 기기 '컴퓨터 스페이스' 등 700여 점의 희귀 소장품을 갖춘 라이브러리와 고전 게임을 직접 즐기는 '플레이 콜렉션'으로 구성되어 연구와 체험의 공존을 꾀했다.
박물관은 주말이면 수백 명의 관람객이 줄을 잇는 구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으며, 특히 K-게임을 체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넷마블문화재단은 이곳을 거점삼아 '2025 게임탐험대', '캐릭터연구소'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게임 인식 제고라는 사회적 가치 창출의 거점으로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 서브컬처 '변방에서 주류로'…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안착
2025년 게임 시장에서 서브컬처 장르의 위상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게임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 둔화 속에서도 서브컬처는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한국 시장 내 서브컬처 비중은 매년 급증하여 올해 약 2조 원 규모의 핵심 세그먼트를 형성했으며, 일본 시장에서도 매출 상위권을 서브컬처 IP가 점령하며 독보적인 수익성을 과시했다.
질적인 성과도 눈부셨다. 국산 신작 '로스트 소드'는 출시 50일 만에 매출 1000만 달러(한화 약 145억 원)를 돌파하며 서브컬처 매출 1위에 올랐고, '블루 아카이브'와 '승리의 여신: 니케'는 글로벌 IP 확장을 통해 견고한 매출을 유지했다.
서브컬처 열풍의 정점은 연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AGF 2025'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3일간 총 10만518명이라는 역대 최대 관람객을 동원한 이 행사는 서브컬처가 단순한 장르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의 흐름을 형성했음을 보여줬다.
한편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뜨겁다. 2026년 출시를 확정한 '명일방주: 엔드필드'를 비롯해,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의 차기작인 '프로젝트 RX',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공략작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등은 독창적인 게임성으로 2026년 주인공 자리를 예고하고 있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