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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야 산다, AI 시대 인디게임 해법은 강렬한 개성과 전략적 선택

서삼광 기자

2026-04-03 14:57

오프닝 스피치 '한국 인디게임이 걸어온 길'을 진행한 순천향대학교 이정엽 교수.
오프닝 스피치 '한국 인디게임이 걸어온 길'을 진행한 순천향대학교 이정엽 교수.
인디게임 개발에 필요한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찾아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용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개성적인 콘텐츠(스파이크)는 물론, 이를 발견하고 키우는 전략적 선택이 인디게임의 생존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다양한 게임을 넘어, 저품질 게임(AI 슬롭)이 양산되는 시점에 인디게임 개발사와 개발자의 생존법을 모색하는 '2026 대한민국 인디게임포럼'이 3일 경기도 판교 경기콘텐츠코리아랩에서 열렸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주최 및 주관하고 NC AI와 플레이나누가 후원한 '2026 대한민국 인디게임포럼' 1부 강연에서는 인디게임의 현황과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원더포션과 리자드스무디의 경험담이 공유됐다.
오프닝 강연에 나선 순천향대학교 미디어랩스 한국문화콘텐츠학과 이정엽 교수(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심사위원장)는 한국 인디게임의 역사와 함께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해 소개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피처폰 시절의 척박했던 환경부터 최근의 글로벌 플랫폼 중심 생태계까지의 변화 과정을 짚어내며, 인디게임이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고 전망했다.

튀어야 산다, AI 시대 인디게임 해법은 강렬한 개성과 전략적 선택
이정엽 교수는 "국내 인디게임은 과거 128KB 용량 제한과 통신사의 높은 수익 배분율 속에서 힘들게 버티던 시절을 지나 플랫폼 표준화로 인디 개발자 풀이 형성됐다"며 "하지만 이제는 매년 1만5000개가 넘는 게임이 쏟아지는 무한 경쟁 시대에 진입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 특유의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양날의 검'이라는 냉철한 분석을 내놓았다. 직접 투자 형태의 지원 체계가 좋은 게임이 탄생하는 토양이 됐지만, 너무 많은 창작자를 시장에 한꺼번에 뛰어들게 만들어 오히려 경쟁을 심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인디 개발자들이 취해야 할 실질적인 생존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을 제시했다. 이용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 게임 초반부의 튜토리얼에 공을 들이기보다,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재미를 한 단면으로 보여주는 '버티컬 슬라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처럼 전 세계 이용자와 접점이 큰 행사에 사활을 걸고 진출해 위시리스트를 확보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유효한 전략일 것"이라고 추천했다.
'산나비'를 통해 인디게임이 갖춰야 할 기획적 특성을 소개한 원더포션 유승현 대표.
'산나비'를 통해 인디게임이 갖춰야 할 기획적 특성을 소개한 원더포션 유승현 대표.
이어 원더포션 유승현 대표는 '조선 사이버펑크'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인디 게임 '산나비'의 개발 과정과 그 속에서 얻은 교훈을 공유했다. 2023년 11월 정식 출시된 산나비는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2022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동시에 얻은 작품이다. 유 대표는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작은 규모의 개발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홍보 수단인 '바이럴'을 유도하기 위해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콘셉트가 필수임을 강조했다.

그는 '산나비'가 가진 선형적 구조의 한계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자평했다. 스토리 밀도가 높은 선형적 게임은 연출의 극대화가 가능하지만, 이용자의 능동성을 저해하고, 이는 스트리밍 위주의 '보는 게임' 시대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대안으로는 최근 많은 분기와 높은 리플레이성을 구현해 성공한 대만 무협 게임 '활협전'을 제시하며, 이용자의 의지에 따라 콘텐츠가 확장되는 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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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공룡에 비유되는 대형 게임사와 경쟁을 위해서는 강렬한 개성(스파이크)이 필요하며, 이에 집중하는 기획과 개발 체계와 모든 책임을 지는 리더십이 인디게임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명확하고 독창적인 매력 하나가 다른 단점들을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인디 개발사는 기획 측면에서 효율을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러한 스파이크를 강조하는 전략이 중소 개발사의 실질적인 생존 무기이자 효율적인 개발 방향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양한 집단의 피드백을 받기를 권장한 리자드스무디 심은섭 대표.
다양한 집단의 피드백을 받기를 권장한 리자드스무디 심은섭 대표.
'쉐입오브드림'을 선보인 리자드스무디 심은섭 대표는 강연에서 게임을 출시하기 전 되도록 많은 의견을 받아보길 강력히 권장했다. 개발자와 다른 이용자의 시선, 동료 개발자의 분석, 퍼블리셔 및 전문가의 분석 등을 통해 게임에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경험 때문이다. 퍼블리셔나 심사위원이 던지는 질문 등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심 대표는 "개발자는 자기 게임을 수백 번 보기 때문에 정작 대중이 느끼는 눈의 피로도나 조작의 불편함을 깨닫지 못하는 '개발자 맹목'에 빠지기 쉽다"며, "특히 마우스 조작만 고집하다가 이용자 피드백을 수용해 WASD 조작을 추가했을 때 잠재 소비층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라는 경험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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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는 일정 압박에 쫓겨 완성도를 타협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출시 전 QA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려다 파트너사의 만류로 한 달간 검수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무려 600개의 버그를 찾아냈다. 이 중에는 세이브 파일 버그와 같은 서비스에 치명적인 버그도 100개 가까이 존재했다고 한다.

그는 "기획이나 데이터 상으로 플레이 타임과 같은 목표를 맞췄다고 안심하고 출시했다가는 이용자들의 냉혹한 평가를 피할 수 없다"며 "목소리 큰 소수(코어 이용자)의 의견에 매몰되어 대중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았는지, 소비자가 정말 재미있어하는지 끝까지 검증하는 것이 인디 게임의 생존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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