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기 협회장은 “23조 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게임산업은 글로벌 4위로 올라섰고, 3위인 일본과의 격차도 줄고 있다”고 말하며 성장의 긍정적인 지표를 언급했다. 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경쟁 심화, 외산 게임 공세, 투자 위축, 질병코드 논의 등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개인적 진정성은 업계에 있어 반가운 요소다. 과거 넷마블 재직 시절 게임을 직접 익혔던 경험처럼, 산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목표 달성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회는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평가받는다. 선언은 구체적 과제로 나아가야 하고, 방향성은 우선순위에 따른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게임 업계는 지금 여러 갈래의 과제를 안고 있다. 질병코드 지정 이슈, 확률형 아이템 규제, 블록체인 게임 허용, 저작권 보호 문제 등 복잡한 사안들이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얽혀 있는 만큼, 협회의 조율력과 대응력이 절실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목소리를 모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움직일 수 있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1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인재 육성, 정책 연계, 투자 유치까지 이어지는 구조적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이 연결이 진정한 산업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통' 역시 회원사 간 협력뿐 아니라 이용자, 유관 단체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민감한 이슈에 있어서는 이해당사자 간의 대화 구조 마련과 투명성 확보가 핵심이다. 예컨대 이용자 의견 수렴을 위한 상시 협의체 운영, 리서치 기반의 제도 개선 논의 등 구체적인 구조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지스타를 '글로벌 게이밍 페스티벌'로 키우겠다는 목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단순한 전시를 넘어, 산업과 이용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참여형 축제로 발전하려면, 소통의 구조화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협력'의 경우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조영기 협회장이 언급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저지, 세제 지원, 근로 제도 유연화 등은 이미 업계가 오래전부터 요청해온 사안이다. 하지만 이들 이슈는 관계 부처가 각각 다르고, 정책적 접근과 조율 능력이 중요한 시험대가 된다.
무엇을 먼저 다루고, 어디에 자원을 집중할 것인지. 그 우선순위의 선택이야말로 조영기 협회장과 협회의 실행력을 가늠할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조영기 협회장이 강조한 '진정성과 책임감'은 말보다 행동에서 드러난다. "회원사 열 곳 늘리기"라는 작지만 구체적인 목표부터 시작하겠다는 이야기가 현실화된다면, 협회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렇게 작게 시작한 움직임이, 결국 큰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게임 업계는 이제, '희망'이 말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 '희망'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결과로 증명하는 협회를 보고 싶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