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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크래프톤 '독립 스튜디오' 전략의 모순

김형근 기자

2025-08-01 18:07

서브노티카2의 이미지(제공=크래프톤).
서브노티카2의 이미지(제공=크래프톤).
최근 크래프톤과 자회사 개발 스튜디오 간의 갈등이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끈다. 표면상 경영권 분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독립 스튜디오'라는 시스템의 실질적 의미와 창의성, 자율성이라는 게임 산업의 본질적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대표적 사례는 미국 개발사 언노운 월즈(Unknown Worlds)의 창업차들과의 갈등이다. '서브노티카'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 회사는 2021년 크래프톤에 인수될 당시 '독립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받는다'라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이 스튜디오의 공동창업자들이 전격 해임되면서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들은 크래프톤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성과 보상 지급을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게임 출시를 지연시키고 개발 인력 지원을 철회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크래프톤 측은 "성과 미달과 일정 지연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천억 원을 투자한 상장사로서 게임 개발의 지연과 예상치 못한 결과는 곧 기업 가치와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사업 성과만으로 갈등의 전모를 설명하긴 어렵다. 인수 당시 보장한 자율적 운영 방침과 실제 실행 사이의 괴리는 물론, 창립자 해임이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개발 의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데드 스페이스'의 창시자 글렌 스코필드가 설립한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triking Distance Studios) 역시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흥행 실패 이후 대규모 인력 감축과 경영진 이탈을 겪었다.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막대한 자본과 기대를 걸었던 AAA급 프로젝트의 실패가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선 투자 회수 및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됐을 수 있다. 크래프톤이 개발 성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충분한 자율성과 실패의 학습 기회를 보장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최근 인수한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Eleventh Hour Games)의 사례로 크래프톤이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한다. '라스트 에포크' 개발진은 인수 직후 "크래프톤은 개발 방향을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팬들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냈고, 이는 앞선 사례들로 인한 대중의 불안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앞선 사례들을 지켜봤을때 여전히 신중한 시각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통해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강화하고 글로벌 IP 확보에 힘써왔다. 개발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게임을 '타석에 세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조직 구조가 아무리 유연해도, 자율성과 창의성이 뿌리내리지 못하면 '명가'는 탄생하지 않는다.

게임 산업은 효율보다 창의가 앞서는 산업이다. 단기적인 수익성과 일정 관리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개발 스튜디오의 개성과 비전을 존중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는 단순한 계약이나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모회사와 스튜디오 간 신뢰와 존중에 기반한 파트너십의 문제다.

상생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실천으로만 증명된다. 단기 성과를 위한 개입이 반복된다면 독립 스튜디오 체제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크래프톤이 새로 인수한 개발사와는 잡음 없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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