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단할 순 없어. 운이 나쁘면 아케니아의 전사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어.”
그 말에 동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소리야. 네 실력이면…….”
“실력과는 무관한 문제야. 과거 아케니아의 전사들은 얼음 거인에게 굴복한 동족들을 무수히 살육한 전력이 있다. 문서에도 명확히 기재되어 있지. 게다가 지금 아케니아 혈족을 다스리는 제사장들은 과거 얼음 거인의 앞잡이로 무수히 많은 과오를 저질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라는 존재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어.”
카르고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 사실은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제사장 파야곤이 알려 준 것이었다. 때문에 카르고가 순탄하게 아케니아의 전사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래서 떠나려고 한다. 던필드와 라프라스라면 충분히 내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팀의 명성을 계속 이어 나가기 바란다. 나중에 목적을 이루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말을 마친 카르고가 정든 동료들의 얼굴을 하나둘씩 둘러보았다. 그러나 동료들은 카르고가 떠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세실리아였다.
“잘되었네요. 같이 가면 되겠어요.”
“무슨 소리지?”
“우린 한 팀이에요. 바늘 가는 데에는 의당 실이 따라가는 법이죠. 카르고의 옆에 내가 없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카르고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 함께 가요.”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내 일이다.”
“카르고의 일이 곧 제 일이에요. 우리 팀은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살아요. 만약 아케니아의 제사장들이 카르고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제 얼음 마법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를 똑똑히 인식시켜 주겠어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카가 손을 들었다.
“헤헤. 날 빼놓고 가면 죽을 줄 알아. 카누바라크의 독을 바른 화살을 엉덩이에다 있는 대로 퍼부어 버릴 거야. 아니다. 널 인정하지 않는 아만족 제사장들에게 퍼부어 주려면 몇 발 남겨 둬야겠구나. 어쨌거나 나도 따라갈 거야. 아로나, 너도 그럴 거지?”
아로나 역시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저주 마법의 진가를 알아 준 분은 카르고 님밖에 없어요. 저 역시 함께할 거예요.”
그 뒤를 이어 포르나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예요. 이미 전 카르고 님께 목숨의 빚을 졌어요. 그것을 갚으려면 설사 지옥이라도 따라가야 하지 않겠어요?”
던필드와 라프라스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이봐, 우리도 갈 테니 군소리하지 마.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면서 카르고 너에게 도전할 생각이니 말이야. 떼 놓을 생각 따윈 하지 마. 내 랜서가 용서치 않을 거야.”
“나도 간다, 카르고. 내 공격이 너로부터 몬스터의 관심을 돌릴 수 있을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셀리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도 갈 거예요, 카르고. 바다를 본 사람은 더 이상 호수를 보고 감흥을 느낄 수 없는 법이지요. 큰 것 한 방을 마음 놓고 날릴 수 있는 전사는 오직 카르고 당신밖에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망설임 없이 동행하겠다고 나서는 동료들의 말에 카르고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저들이 모두 동행한다면 그에겐 실로 큰 힘이 될 것이다. 그의 동료들은 하나하나가 막강한 실력과 경륜을 지닌 베테랑들이다. 그들과 함께한다면 아케니아의 제사장들도 쉽게 행동에 나서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해 주겠나?”
“물론이지. 우린 한 팀이야. 아만족이 회합하는 장소까지 따라갈 생각이니 걱정하지 마. 만약 아만족들이 널 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마 우리들의 분노에 먼저 직면해야 할 거야.”
묵묵히 동료들의 얼굴을 둘러본 카르고가 탁자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세실리아의 손이 그 위를 덮었고 두카와 아로나의 손이 겹쳐졌다. 그 위에 계속해서 동료들의 손이 겹쳐졌다.
“우린 하나야.”
“언제까지나 함께한다는 뜻이죠.”
“우리가 뭉친다면.”
“세상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지.”
“아케니아 혈족이 있는 곳으로 가요.”
“머지않아 카르고의 이름 앞에 칸이라는 명칭이 붙을 테죠?”
“아만 최고의 전사 카르고를 위하여.”
한마디씩 내뱉은 팀원들의 눈빛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이제 그들은 카르고를 위해 아케니아 혈족을 찾아갈 것이다.
카르고의 눈빛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그는 사명을 이루기 위해 혈족을 찾아가야 한다. 수많은 아만 부족 전사들 앞에서 아케니아 전사의 위용을 여과 없이 보여 주는 것이 카르고에게 남겨진 사명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신력을 그에게 전해 주고 죽어 간 동료들의 숙원을 이루는 방법이기도 했다.
테라 - 아만전사 카르고 편 완결.
- 테라 종족 소개 -
아만
아만족은 유사 이래로 타종족들과 끊임없는 전쟁 속에서 살아온 투사의 종족이다. 과거에는 패권과 야심을 위해 싸웠던 아만족은 그들의 오랜 노예 생활을 통해 자유와 명예, 그리고 자기희생을 존중하는 종족으로 새로 태어났다. 이러한 변화가 그들이 다종족 연합체인 발키온 연합의 일원이 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아만은 사납고 강인한 육체를 지녔으며, 오랜 전투를 통해 쌓은 전사로서의 강인한 정신력과 높은 명예심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휴먼
오랜 방랑 생활을 마감한 휴먼족은 왕성한 활동력으로 대도시 벨리카를 건설하고, 각지에서 괴물들과 침략자들을 몰아내어 아르보레아에 평화를 다시 가져온 종족이다.
이들은 오늘날 문명화된 종족들의 연합체인 발키온 연합을 창설하고, 신들의 전쟁 이후 폐허화된 아르보레아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활동성과 적극성을 중요시 여기는 그들은 건장하고 늠름한 육체를 지니고 있으며 항상 활기에 차 있다.
캐스타닉
신들의 전쟁으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타 종족의 억압을 받아 온 종족으로, 휴먼과 아만족의 중재로 어렵게 발키온 연합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억압과 반항의 역사를 대변하듯, 개인의 개성과 독립성을 중요시하며, 동족간의 유대가 매우 강한 편이다. 또한 자신들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여 고대부터 이어 내려오는 그들만의 전통과 생활 양식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독립성이 강하고 종잡기 힘든 변덕스러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포포리
포포리는 여신 엘리누에 의해 창조되었으며, 포포리 왕국에 거주하는 다양한 동물형 종족을 말한다. 포포리아의 대지의 기운을 받아 태어나고, 동물을 연상케 하는 귀여운 외형을 지니고 있으며 항상 쾌활하고 긍정적이다. 창조주의 영향으로 정령의 기운을 이어받은 이들은 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종족이며, 아르보레아에서 가장 안정화된 사회를 이루고 있다.
엘린
엘린은 여신 엘리누가 자신의 외형을 본 따 창조한 종족으로 흔히 엘리누의 딸들이라 불리기도 한다.
포라 엘리누에 위치한 거대한 정령수의 기운을 받아 태어나는 엘린들은 여성만으로 구성된 독특한 종족으로 여신으로부터 전수받은 정령과 아르보레아에 관한 많은 비밀들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의 수호자이며 아르보레아의 신비를 설파하는 인도자로서 의무감을 지니고 있으며, 변덕스러운 면은 있지만 평화와 조화를 사랑하는 종족이다.
하이엘프
천년 전 아룬 대륙에 문명을 구축했던 엘프들은 타종족의 침략과 신들의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후 평화로운 전통과 가치관을 버리고 강력한 힘을 개발하는데 모든 것을 바친 결과, 오늘날의 하이엘프로 다시 태어난다. 오늘날 하이엘프는 신들의 존재를 부정하며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항상 시험하는 종족으로, 문명의 정점인 알레만시아와 마법 기관 코어를 중심으로 아르보레이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 문명을 지닌 진보한 종족이 되었다.
바라카
바라카는 고대 시대에 거대한 제국을 형성했던 거인족의 후예로 고결한 성품을 지닌 종족이다. 강인하고, 웅장한 육체, 높은 지적 수준을 지닌 이들은 독선적이고 악랄했던 고대 거인족과 달리 유순하며 평온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은둔자와 같은 성향을 지녀 남들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식을 위한 탐구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를 만큼 열정적인 이들이다.
김정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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