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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용산과 인연 외치던 젠슨 황은 어디로

서삼광 기자

2026-01-30 16:01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엔비디아 젠슨 황 대표(제공=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엔비디아 젠슨 황 대표(제공=엔비디아).
지난해 한국을 15년 만에 방문한 엔비디아 젠슨 황 대표는 서울 용산을 직접 발로 뛰며 영업하던 옛 기억을 꺼내들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e스포츠 종주국이자 수많은 온라인게임을 탄생시킨 한국 시장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GPU에 반영했고, 그것이 지금의 엔비디아를 만들었다며 한국을 은인으로 추켜세우는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유명 인사가 방문한 국가를 치켜세우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젠슨 황 대표의 발언에서 이런 장식을 걷어내면, 게임 시장을 향한 유대가 남는다. 게임 산업을 향한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해도 오해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진출 25주년을 기념한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을 세계 최초로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했다. 당시 매트 위블링 지포스 마케팅 부사장은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은 한국의 역동적인 게이밍 생태계를 기념하는 축제"라며 "앞으로도 한국의 게이머, 파트너들과 함께 혁신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발언으로부터 약 석 달이 지난 현재,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성능 향상 대비 높은 가격으로 책정된 지포스 RTX 50 시리즈 논란을 떠나, 지금은 '성능'보다 '구할 수 있느냐'가 먼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대형 쇼핑몰에 인기 그래픽카드가 입고되는 순간 매진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코인 채굴로 그래픽카드가 품귀된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과거에는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다면, 지금은 공급이 명백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유는 인공지능(AI) 산업이 메모리(DRAM 등)를 시작으로 반도체 공정 전반의 자원과 생산 능력을 흡수하고 있어 개인용 컴퓨터(PC)용 그래픽카드 생산이 후순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유통 업계에서는 보급형 GPU 라인업조차 공급 물량과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IT 매체들은 엔비디아가 올해 그래픽카드용 GPU 생산량을 적게는 30%, 많게는 40%까지 줄이고, 상반기에는 AI 프로세서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분석이 모두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엔비디아의 선택은 합리적이다. 더 많은 수익이 보장된 상품을 우선하는 것은 사업적으로 자연스러운 판단이다.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있어도, 이를 경영 판단의 실수나 실책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그래픽카드라는 상품 중에서 어떤 것을 구매할지 선택하는 건 이용자다. AMD의 라데온 등 대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단,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가 게임 최적화, 드라이버 안정성, 개발사 지원 등 거의 표준처럼 활용되는 시장지배적인 사업자란 점도 사실이라, 최근 행보는 오랜 우군이었던 게이머들과 게임산업 생태계를 외면하는 것은 장기적 브랜드 자산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한국 게임 시장의 역사와 용산에서의 개인적 경험까지 끌어와 게임 산업을 근간으로 언급했던 젠슨 황 대표의 발언을 떠올리면, 현재 상황과의 괴리가 더 커진다. 한국 게이머를 향해 혁신을 함께하자고 말했던 메시지 이후 그래픽카드 공급과 가격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사업자가 생산량을 조정하는 국면이 지속된다면 가격 책정 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엔비디아가 이러한 경영 판단을 일일이 해명할 의무는 없다. 다만 과거 한국 게이머로 상징되는 이용자에게 던졌던 메시지를 떠올리면, 수급 안정화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이나 게이밍 라인업에 대한 중장기적 방향성 정도는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픽카드가 여전히 많은 이용자와 게임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인 만큼, '인연'과 '게임'을 강조하던 젠슨 황 대표의 발언이 공허한 '립서비스'가 되지 않을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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