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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AI가 게임을 고도화할 수 있을까? 직접 해봤습니다

서삼광 기자

2025-10-28 18:29

(제작=제미나이).
(제작=제미나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게임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분위기입니다. 단순 반복작업을 자동화해 생산성은 높이는 것은 물론,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초기 콘셉트를 잡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에서 발표한 '게임 산업 현황(State of the Game Industry) 2025'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개발자들의 절반 이상(52%)이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36%는 개인적으로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단, 생성형 AI 도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는데, 아무래도 창의적 활동까지 AI로 대체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네요.
(출처=GDC 'State of the Game Industry' 2025 보고서).
(출처=GDC 'State of the Game Industry' 2025 보고서).
게임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인 폴리싱(고도화)과 최적화 작업은 여전히 숙련된 프로그래머가 필요한 영역으로 꼽힙니다. AI가 기본적인 수학 계산에서 실수를 내거나, 학습되지 않은 복잡한 구조에서 논리적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도의 수학적 지식이 필요한 최적화를 포함한 폴리싱 작업은 아직까지 AI에게는 낯선 영역으로 평가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평가는 과연 맞을까요? 하드웨어 성능이 크게 높아진 지금, 하이퍼 캐주얼 장르의 게임은 상대적으로 최적화 난이도가 낮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이용자 경험(UX)과 같은 부분에서 AI가 세밀한 수정까지 주도할 수 있을지도 살펴볼 만하겠죠. 지난번 챗GPT와 함께 개발한 바이브 코딩 프로젝트 '스페이스 어웨이(SPACE AWAY)'를 테스트하며 발견한 문제점을, 이번에는 AI가 직접 고치는 바이브 코딩에 도전해 봤습니다.

◆ 이용자 경험과 레벨 디자인 "해줘"
챗GPT가 생각한 블랙홀과 일반적인 블랙홀은 다른 모습이었다(출처=NASA).
챗GPT가 생각한 블랙홀과 일반적인 블랙홀은 다른 모습이었다(출처=NASA).
'스페이스 어웨이'를 플레이하며 불편했던 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설정입니다. 우주라는 공간에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미확인 비행물체(UFO)가 중력에 영향을 받아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이 우주에는 중력이 있다"라는 설정을 밀어붙여도 되지만, 스토리텔링을 추가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우주와 중력이란 키워드하면 떠오르는 블랙홀을 배경에 추가해 설정에 자연스러움을 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이를 위해 챗GPT에게 "배경에 작은 블랙홀 이미지를 넣어줘. 우주에 중력이 있다는 설정을 반영하기 위한거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느낌이 나도록 넣으면 좋을 것 같아"라는 프롬프트(명령어)를 넣어 배경에 블랙홀이 위치하도록 이미지를 개선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사가 공개한 블랙홀의 사진을 기대했는데, 챗GPT가 생각한 블랙홀에 이미지는 다른 것 같네요.

초기버전과 현재 버전의 상수 체계 비교.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갈 수록 고정 값인 상수가 늘어났다.
초기버전과 현재 버전의 상수 체계 비교.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갈 수록 고정 값인 상수가 늘어났다.
두 번째 문제는 UFO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 초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챗GPT가 만든 중력 가속도 공식은 상수로 설정된 중력(GRAVITY) 값 0.35를 매 프레임마다 더하는 방식입니다. '스페이스 어웨이'는 초당 60프레임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1초면 21픽셀 이상 떨어지게 되는 문제입니다. 설명에 따르면 물리 공식에 따른 수치적 근사값으로 설정했다고 하는 데, 게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중력 상수 0.35를 기준으로 30초, 60초 단위로 중력 상수가 달라지도록 게임을 변경하는 레벨 디자인을 요청했습니다. 관련 코드를 생각하는 데는 챗GPT 5 기준으로 11초, 실제 코드 작성부터 반영까지 약 30초 정도 걸린 것 같네요. 모든 작업이 끝난 뒤에는 ▲시간 경과에 따른 파이프 간격 조정 ▲시작 후 2초간 무적 ▲보간(수치 변경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연산)을 적용해 점진적인 중력 전환 등을 수행하는 방향을 추천했습니다.
초기 버전과 최신 버전 그래픽 비교. 별도 이미지 작업 없이 상용 챗GPT(모델 5)의 바이브 코딩 만으로 그럴듯한 모습을 완성했다.
초기 버전과 최신 버전 그래픽 비교. 별도 이미지 작업 없이 상용 챗GPT(모델 5)의 바이브 코딩 만으로 그럴듯한 모습을 완성했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초반 난이도는 매우 낮아졌습니다. 단, 현재 난이도가 엄청나게 쉬운 편이라 보다 빠른 난이도 상승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어, 챗GPT가 제시한 파이프 간격과 점진적인 중력 전환 등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밖에 블랙홀을 한 개로 줄이는 대신 크기를 키우거나, 바닥 이미지 제거, 파이프 대신 도트로 표현된 소행성 이미지로 교체하는 등 전반적인 콘셉트 유지와 이용자 경험 관련 부분은 만족스럽게 반영됐습니다.

◆ 화면 깜빡임 등 문제 발생, 어떻게 고쳐야 할까?

챗GPT에게 증상을 설명하니 원인을 찾아 해결해 줬다.
챗GPT에게 증상을 설명하니 원인을 찾아 해결해 줬다.
컨셉트를 바꾸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똑같은 간격의 파이프 대신 들쭉 날쭉한 판석이 쌓인 그래픽으로 교체하면서 화면이 깜빡이는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는 화면에 표시되는 요소가 많아지면서 드로우 콜(그래픽을 화면에 출력하는 명령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챗GPT에게 "도트 텍스처가 늘어나면서 화면이 깜빡여"라고 알려주자 ▲파이프/별이 서브픽셀 위치로 그려져 안티앨리어싱이 번쩍임 ▲배경 별의 알파값을 매 프레임 랜덤으로 바꿔서 화면 전체가 반짝였기 때문 이라고 원인을 분석해 줬습니다.

"꼼꼼하게 주석(설명)을 달아줘"라고 요청하면, 상수와 변수, 함수의 역할과 수치에 따른 게임의 변화를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꼼꼼하게 주석(설명)을 달아줘"라고 요청하면, 상수와 변수, 함수의 역할과 수치에 따른 게임의 변화를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이 부분을 자동으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적용을 실패했다며, 짧은 수정 내용 4개를 수동으로 붙여달라고 이용자에게 역으로 요청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물론, "네가 해줘"와 같은 프롬프트로 이를 챗GPT에게 다시 명령해서 과정을 단축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생성이 아닌 원인 분석에 대한 추론 능력도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이밖에 스페이스 바를 눌렀을 때 우주선이 너무 높게 점프한다는 문제, 사용하는 PC 성능에 따라 프레임 수치가 달라지면서 중력 가속도가 달라지는 문제 등도 챗GPT에게 증상을 설명하자 코드를 보완해줬습니다. 이 중 몇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코드를 수 차례 다시 요청해야 했는데, 프레임 대신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등 규정을 세워준다면 생산성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디테일한 변경은 개발자가 직접 챙기는 게 효율적

'스페이스 어웨이' 최신 버전 플레이 화면.
'스페이스 어웨이' 최신 버전 플레이 화면.
상용 버전 챗GPT로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만들면서 느낀 점은 AI 기술이 확실히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학적 계산은 물론, 디테일한 변화까지 스스로 분석해 추론하는 것은 기존 AI으로는 어렵거나, 학습에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챗GPT가 모르는 부분이 있거나,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까지는 묘사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점도 명확했습니다.

특히 변수와 상수의 세밀한 조정 등 아주 미세한 변화까지 모두 처음부터 생각하고, 코드를 재작성하다 보니 사람이 직접 하는 것보다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스페이스 어웨이'의 경우 점프 높이, 파이프 간격, 중력 가속도 반영 등 세밀한 수치는 직접 입력해서 테스트를 거쳐 수정하는 게 더 편했습니다.

이런 최적화와 폴리싱 같은 세밀한 조정과 테스트가 반복돼야 하는 영역은 자동화에 특화된 에이전틱 AI(Agentic AI)나, 다른 개발자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협업 도구인 챗GPT 코덱스(Codex) 등을 이용하는 방법을 쓰는 게 나아보입니다. AI는 창작 초기에는 생산성을 높이지만, 완성 단계의 디테일은 여전히 인간 개발자의 손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챗GPT로 만든 '스페이스 어웨이'는 이 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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