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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감독 출신 초보 게임 디렉터 전진 대표의 좌충우돌 '마키나' 개발기

이원희 기자

2026-09-08 19:03

기리온게임즈 전진 대표(사진 왼쪽)와 정찬희 아트 디렉터.
기리온게임즈 전진 대표(사진 왼쪽)와 정찬희 아트 디렉터.
오랜 기간 독립영화와 상업 광고 메가폰을 잡았던 전진 대표가 이끄는 개발사 기리온게임즈의 신작 '마키나(Makina)'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마키나'는 인간의 감정이 화석 연료를 대체한다는 독특한 세계관 아래 묵직한 메카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파일럿 잠입 액션을 게임 한 편에 담아내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재미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올 겨울 기대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함께 미술 공부한 단짝, 게임 개발 위해 의기투합
오는 12월 스팀 정식 출시를 목표로 '마키나' 개발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는 전진 대표와 정찬희 아트 디렉터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기리온게임즈 사옥에서 만났다. 선화예중·고 시절부터 함께 미술을 공부한 오랜 친구가 이제는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게임 개발 운명 공동체’로 뭉쳤다.

전진 대표는 "미술을 전공하고 영화판에 오래 있었지만 어려서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했다. 학창 시절부터 친했던 (정)찬희와 '게임 한 번 만들어보자'고 3-4년 전부터 이야기했는데 좋은 기회가 와서 '마키나'를 함께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정찬희 디렉터는 "원래 2D 영상 관련 일을 주로 하다가 전역 후에 3D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그때 게임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고 합류하게 됐다. 게임 개발에 처음 참여한 탓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잠입과 메카닉 액션 2개 게임을 한 편에…작업량도 두 배로

'마키나' 홍보용 포스터(제공=기리온게임즈).
'마키나' 홍보용 포스터(제공=기리온게임즈).
전진 대표는 '마키나'의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전 대표는 "원래 하드 SF와 메카물을 워낙 좋아했다. 독립영화에서는 예산과 기술의 한계로 풀어내지 못했던 수많은 상상력을 게임이라는 공간에서는 마음껏 구현할 수 있었다"며 '마키나' 개발 계기를 밝혔다.

하지만 초보 게임 디렉터 전 대표의 첫 타이틀 개발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메카에 타고 내리는 시스템에서 착안해, 메카 액션과 파일럿 잠입을 모두 다루기로 결정하면서 작업량이 대폭 늘어난 것. 전 대표는 "원래는 단순 메카 게임이었는데 메카 액션과 파일럿 잠입으로 기획이 변경됐다. 말이 한 게임이지, 사실상 두 개의 게임을 동시에 만드는 것과 같았다. 특히 개발 파트가 작업량이 많이 늘어났을 것이다. 프로토타입 제작에서 엄청나게 공을 들였고 고초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정찬희 아트 디렉터는 "메카와 파일럿용 잠입을 동시에 설계해야 하는 '두 개의 레벨 디자인'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 영화는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찍으면 그만이지만, 게임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시스템을 바꾸면 처음부터 판을 다시 짜야 하니까. 2D에서 3D로 전환하기도 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게임 엔진과의 소통법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카세트 퓨처리즘과 '감정'이라는 에너지원

'마키나'의 세계관은 화석 연료가 고갈된 미래, 인간의 감정에서 추출한 에너지를 활용한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전진 대표는 "SNS만 봐도 자극적인 감정 반응을 유도하는 콘텐츠가 넘쳐나지 않나. 감정 자체가 현대 사회의 핵심 키워드라 느꼈다. 멋진 로봇과 우주선이 나오는 SF라도 결국 이야기의 중심은 현실을 관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트 스타일에 있어서는 고전적인 둔탁함과 '카세트 퓨처리즘'의 향수를 담았다. 정찬희 디렉터는 "'건담'이나 '트랜스포머' 초기 애니메이션처럼 관절은 단순하지만, 묵직하고 단단한 조형미를 추구했다. 얼굴 형태 대신 카세트테이프나 라디오 형태가 머리통 일부처럼 보이도록 구현했다. 화려한 파츠 교체보다는 스토리 흐름에 따라 내러티브적으로 성장하는 메카의 서사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마키나' 배경 아트워크(제공=기리온게임즈).
'마키나' 배경 아트워크(제공=기리온게임즈).
◆잠입의 스트레스를 메카 액션으로 푸는 쾌감

'마키나'의 가장 큰 특징은 메카 액션과 잠입 액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캐릭터가 메카에 탑승해 다양한 로봇들과 전투를 벌이고, 메카에서 내리면 잠입 액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메카 액션과 잠입 액션의 배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전진 대표는 "이용자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메카 액션이 6~7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디렉터는 "파일럿 잠입은 체력 제한이 있어 팽팽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 이 스트레스를 메카에 탑승해 화력으로 날려버리도록 설계했다"고 귀띔했다.

정찬희 디렉터는 "메카 액션보다 잠입을 좋아하는 이용자분들도 많더라. 'BIC' 등을 통해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메카는 스킵하고 잠입에 집중하는 분들도 있었다. 잠입 구간 몰입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어려운 잠입 난이도에 대한 의견도 있어 현재는 레벨 디자인 정밀 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난이도 선택 옵션 추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 스타일 연출이 돋보인다(제공=기리온게임즈).
웹툰 스타일 연출이 돋보인다(제공=기리온게임즈).
◆"돈 아깝다는 소리는 안 듣는 게임 만들 것"…후속작도 구상 중

현재 '마키나'의 개발 진척도는 65% 이상으로, 프롤로그와 3개의 에피소드까지 총 5~6시간 분량의 알찬 플레이 타임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전진 대표는 "첫 타이틀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생명을 깎아가며 준비 중이다. 스팀 시장은 이용자들의 평가가 매우 냉정하다. 최소한 '돈 아깝다'는 이야기만큼은 나오지 않도록 완성도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전 대표는 "첫 작품이지만 굉장히 많은 실험을 담았다. 1만 장만 팔려도 노트북을 향해 절을 할 것"이라면서도 "차기작으로 8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첩보 게임을 구상하고 있다. 제목은 '처형기관'으로 정했다"며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중 일부를 공개했다.

정찬희 디렉터는 "5만 장 정도는 팔렸으면 한다. 그래야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후속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다"며 "'마키나'가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프리퀄인 '살루트 더 트래쉬'라는 제목의 2D 고어 게임을 바로 이어서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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