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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한국 게임 보존 세미나서 "국가적 보존 체계 구축해야" 목소리

김형근 기자

2026-07-27 17:16

단종 한국 게임 보존 세미나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최됐다.
단종 한국 게임 보존 세미나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최됐다.
단종된 국산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사라지는 게임 유산을 지키기 위해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보존 및 활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였다.

22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에서는 '단종 게임 보존과 활용'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기획 전시 '단종 한국 게임, 다시 켜다' 개막과 연계해 개최됐으며, 학계, 산업계 등 게임 및 전시와 관련된 관계자들이 참석해 게임 아카이빙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공유했다.
행사는 김경철 국립중앙도서관 자료보존연구센터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김 센터장은 "게임은 한 시대의 기술과 감성, 사회적 기억이 응축된 디지털 문화유산"이라며, "함께 몰입했던 국산 게임들이 하나둘 단종되고 잊히는 상황에서 이를 사라지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미래세대에 전승하는 국가적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경철 센터장이 "게임은 한 시대의 기술과 감성, 사회적 기억이 응축된 디지털 문화유산"이라 강조했다.
김경철 센터장이 "게임은 한 시대의 기술과 감성, 사회적 기억이 응축된 디지털 문화유산"이라 강조했다.
이어진 1주제 발표에서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단종 소프트웨어 수집 및 보존을 위한 기초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외부 전문가 및 연구진과 진행한 단종 게임 현황 정리, DB 구축, 메타데이터 방법론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1980년대 애플 II, MSX, 삼보 SPC-1000용 게임부터 PC, 콘솔, 아케이드, 피처폰 모바일 게임, 심의 자료 크롤링 등을 망라해 약 6만 5천 종의 소프트웨어 목록을 도서관에 전달했다.

또한 이 교수는 수집 우선순위로 국산 소프트웨어, 한글화 해외 소프트웨어, 정식 발매작, 일반 해외작 순의 기준을 제안했다. 메타데이터는 해외 사례(일본 리츠메이칸대, 미국 스트롱 박물관 등)를 참조해 게임 설명부터 배포·실행·보존까지 6개 영역, 12개 상위 항목, 22개 세부 항목으로 압축한 도서관 맞춤형 모즈(MODS) 매핑 표준안을 도출했다. 특히 원본 매체 가격 상승과 훼손 위험에 대비해 도서관법 및 저작권법을 활용한 복제·열람 권한 활용, 실기 구동 장치 및 에뮬레이터 활용과 함께 독일 사례와 같은 '게임 소프트웨어 국가 납본 의무화' 제도를 도입해 국가 차원의 수집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엽 교수는 '게임 소프트웨어 국가 납본 의무화' 제도를 도입해 국가 차원의 수집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엽 교수는 '게임 소프트웨어 국가 납본 의무화' 제도를 도입해 국가 차원의 수집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주제 발표를 맡은 윤대진 게임문화재단 팀장은 '디지털 시대의 게임 유산: 한국 게임 보존 현황과 필요성'을 주제로 당위성을 설명했다. 윤 팀장은 게임 문화를 기기·기술 등 '물질적 요소'와 규범·가치관 등 '비물질적 요소'의 집합체로 정의하며, 2022년 문화예술진흥법상 정식 장르로 인정받은 게임의 위상을 짚었다. 한국 게임 산업이 연 매출 23조 8천억 원, 수출 11조 5천억 원 이상을 기록하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저작권 문제와 공공 거점 박물관 및 국가 아카이빙 체계의 부재로 인해 기록이 유실되는 '성장의 역설'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팀장은 미국 모마(MoMA), 스트롱 박물관 등 해외 선진 사례를 소개한 뒤, 바람의 나라 초기 버전 복원, 창세기전 리메이크, 세계 최초 부분유료화(BM)를 선보인 퀴즈퀴즈 등의 사례를 들어 게임의 문화적·산업적·기술적 보존 가치를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 중심의 지속 가능한 보존을 위해 ▲온라인 게임 맞춤형 디지털 여권 제도, ▲서비스 종료 게임 대상 공공 연구 목적 에뮬레이션 가동 예외 조항(미국 DMCA 방식) 및 세제 혜택, ▲국가 차원의 전담 거점 기구 설립, ▲기업의 자발적 기증을 유도하는 법인세 감면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윤대진 팀장은 게임 문화를 기기·기술 등 '물질적 요소'와 규범·가치관 등 '비물질적 요소'의 집합체로 정의했다.
윤대진 팀장은 게임 문화를 기기·기술 등 '물질적 요소'와 규범·가치관 등 '비물질적 요소'의 집합체로 정의했다.
3주제 발표에서는 박두산 넥슨뮤지엄(구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이 '게임은 무엇을 보존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13년간의 실무 경험을 공유했다. 박 관장은 게임 아카이브의 층위를 ▲객체(하드웨어·소프트웨어·실행 환경), ▲상호작용(이용자의 행동·선택), ▲관계(협력·경쟁·공동체·사회적 유대)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1989년 뉴욕 '핫 서킷(Hot Circuits)' 전시를 예로 들며 기계와 공간, 플레이 경험이 결합된 종합 매체로서의 접근법을 강조했다.

또한 박 관장은 피처폰 포팅 이슈, CRT 모니터 수급 및 유지보수 난항, 2014년 '바람의 나라 1996' 복원 당시 소스 코드 부재 및 초기 버전 정의 난제 등 실무적 한계를 언급하며, 단순 데이터 백업을 넘어 '동일 시점의 구동 가능한 서비스 환경 전체'를 보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이용자 간의 관계가 드러난 '이브 온라인'의 대규모 전쟁,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레이드 길드 문화, '마인크래프트'의 창발적 건축 등을 아카이빙 대상으로 꼽았다. 이어 민간 차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공 기관이 주도하는 게임 아카이빙 및 전시가 추진될 때 기업과의 협력 모델 구축과 객관적인 중립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박두산 관장이 단순 데이터 백업을 넘어 '동일 시점의 구동 가능한 서비스 환경 전체'를 보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박두산 관장이 단순 데이터 백업을 넘어 '동일 시점의 구동 가능한 서비스 환경 전체'를 보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마지막 4주제 발표에서 이연수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는 '단종 한국 게임, 다시 켜다 전시 소개 및 게임 장기보존 방안'을 발표했다. 이 학예사는 도서관이 종이책뿐만 아니라 LP, 비디오테이프, 플로피디스크, 광매체, 디지털 파일 등 다양한 매체를 보존해온 역사를 설명하며, 옛 플로피디스크 자료 복원 과정과 '참깨핑핑', '그날이 오면 1', '승천대한' 등의 미발매 게임 발굴 비화를 전했다.

이어 국가 차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국립중앙도서관의 '국가 게임 유산 아카이브' 구축 3개년(2026~2028년) 로드맵을 공개했다. 올해 1년 차에는 도서관·박물관·문체부 등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협력 기반 및 협의체를 구축하고, 2년 차인 2027년에는 국내 게임 유산 집대성 및 기술·정책 체계를 정립한다. 3년 차인 2028년 이후에는 평창에 건립 예정인 국가보존서고 내에 '평창 게임 갤러리(가칭 PGG)'를 구축해 국가 차원의 장기 보존 수장고와 체험형 전시 공간을 함께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이 학예사는 "소유에서 사용으로, 패키지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사라지는 게임 자산을 선제적으로 수집·보존하는 민관 협력 국가 허브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연수 학예연구사가 국립중앙도서관의 '국가 게임 유산 아카이브' 구축 3개년 로드맵을 소개했다.
이연수 학예연구사가 국립중앙도서관의 '국가 게임 유산 아카이브' 구축 3개년 로드맵을 소개했다.
주제 발표 이후에는 경병표 공주대학교 교수와 디그라 한국학회 오영욱 박사가 좌장을 맡고 발표자들이 참여한 종합 패널 토론 및 현장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먼저 납본 제도 도입 및 법 개정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정엽 교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한 입법화와 함께, 법 개정 전이라도 게임물관리위원회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예비적 납본 절차를 진행하는 대안을 검토해왔다"며 "웹툰이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대상에 포함된 선례처럼, 문체부 및 관계 기관과 공청회를 개최하고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다면 입법 절차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개발사들의 자발적 보존 인식 부족을 지적하는 질문에 오영욱 박사는 "해외 대형 게임사들 역시 데이터 보존 필요성을 느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며 "기업이 스스로 아카이빙이 이익이 되고, 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느낄 수 있도록 외부 언론과 학계에서 보존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다뤄줘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경종표 교수는 심의 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보유한 서버 내 실행 파일과 개발 기록 등을 국가 보존 기관과 연계·공유하는 행정적 협력 모델을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종 게임 및 온라인 게임 보존 방안에 대해 이연수 학예연구사는 "단종된 소프트웨어는 법 테두리 안에서 관내 복제 및 에뮬레이션 서비스가 가능한 만큼, 수집을 강화해 관내 열람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실물이 없는 서버 기반 온라인 게임은 기업의 초기 소스 코드 기증이 핵심인 만큼, 국가 차원의 장기 보존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공감대를 선제적으로 형성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사회적 분위기와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토론회에서는 사회적 분위기와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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